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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촉법소년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잔혹한 현실

  • 이현 기자
  • 입력 2026.06.1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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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벌 없는 사회가 괴물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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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한 PC방에서 여중생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지적 장애가 있는 중학생을 7명이 집단으로 에워싸 2시간 동안 폭행했다. 

담배로 몸을 지지고, 속옷을 벗겨 촬영하고, 달팽이를 강제로 먹였다. 하지만, 가해자 중 두 명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법의 보호를 악용하는 아이들

촉법소년 제도는 본래 선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청소년을 형사 처벌 대신 교화와 보호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광주에서는 면허도 없는 15세 남학생이 한밤중에 친구 부모의 차를 몰래 끌고 나와 질주하다 연석을 들이받았다. 

조수석에 탔던 여중생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현장 도착 전에 사고가 터졌다. 더 큰 비극이 될 수 있었다.

 

군산의 한 PC방에서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이 소화기를 무고한 손님에게 뿌리고 달아났다. 

점주가 연락을 취하자 돌아온 반응은 사과가 아니었다. "왜 나한테만 연락하냐"는 공격적인 태도였다. 

이들 역시 촉법소년이다.

 

스스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이 면제되는 동안, 피해자의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 

지적 장애를 가진 그 학생이 어두운 밤 7명에게 에워싸여 당한 공포와 수치심은 가해자의 나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간 여중생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쓴 손님의 황당함과 분노도 다르지 않다.

 

피해는 실재하는데, 책임은 증발한다. 이것이 공정한 사회인가.

 

촉법소년 가해자의 부모조차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고, 설령 소년부에 송치되더라도 대부분 단기 보호처분으로 마무리된다. 

 

피해자 가족이 평생을 안고 살아갈 상처와 견줘볼 때, 이 불균형은 너무나 참혹하다.


교화라는 이름의 면죄부

소년부 송치가 교화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어디 있는가. 촉법소년 제도의 전제는 '처벌 대신 교육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집단 폭행을 주도하고, 무면허로 심야 질주를 하고, 소화기를 사람에게 뿌린 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그 믿음은 얼마나 유효한가.

 

오히려 일부 청소년들은 촉법소년 기준 나이를 정확히 꿰고 있다. 

만 14세가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계산한다. 처벌이 없다는 사실이 범죄의 억제가 아니라 범죄의 허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교화를 목적으로 만든 제도가, 범행을 담대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3년 소년법 제정 당시부터 사실상 그대로다. 

70년 넘게 사회는 바뀌었다. 정보화 시대의 청소년들은 성인 범죄의 수법을 손쉽게 습득하고, 피해자를 촬영해 유포하며, 조직적으로 약자를 표적으로 삼는다. 

더 이상 1953년의 기준으로 2025년의 범죄를 재단할 수 없다.

 

독일은 이미 중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향의 논의를 진행해왔고, 일본도 소년법을 개정해 18세 이상을 '특정소년'으로 분류해 처벌을 강화했다. 우리만 제자리다.

 

연령 하향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중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 구제 실질화, 보호처분의 실효성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울러 가해 청소년의 부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도 법적으로 명확히 물어야 한다.

 

법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법은 고쳐야 한다. 

지금 보호받아야 할 것은 가해 청소년의 신분이 아니라, 그들에게 짓밟힌 피해자들의 존엄이다. 

촉법소년이라는 방패가 가해의 도구로 쓰이는 한, 이 사회는 계속해서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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