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할당대상업체의 산업부문 배출량은 약 3억 162만 톤CO₂eq이었다. 이 가운데 1차 철강 제조업이 34.8%(약 1억 487만 톤)를 차지했다. 석유화학이 주로 포함되는 기초 화학물질 제조업은 약 4,754만 톤,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은 약 617만 톤으로, 두 업종을 합하면 산업부문의 17.8%(약 5,372만 톤)에 이른다.
이처럼 철강과 석유화학 관련 업종만 합쳐도 산업부문 배출량의 52.6%에 이른다. 여기에 석유화학산업과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는 석유 정제품 제조업의 약 3,298만 톤까지 포함하면 세 업종군이 산업부문 배출량의 63.5%를 차지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1차 철강은 약 2.3%, 석유화학 관련 두 업종은 약 1.0%, 석유 정제품 제조업은 약 1.7%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산업의 저탄소 전환이 본격화된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철강과 석유화학 관련 업종이 산업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52.2%에서 2025년 52.6%로 오히려 소폭 높아졌다. 산업부문 전체 배출량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핵심 다배출 업종의 비중은 줄지 않은 것이다.
철강산업의 경우 이러한 ‘생산량 착시’ 한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1차 철강 제조업의 배출량은 1억 487만 톤으로 전년보다 2.3% 감소했지만,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기업인 포스코 배출량은 2024년 약 7,107만 톤에서 2025년 약 6,985만 톤으로 1.7%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조강생산량 역시 3,505만 톤에서 3,454만 톤으로 1.5% 줄어, 배출집약도 개선은 사실상 정체된 셈이다. 현대제철 역시 조강생산량과 배출량이 각각 2.3%, 2.8% 감소했지만, 고로와 전기로 생산 비중은 69:31로 그대로였다. 결국 배출량 감소 수치는 기업의 탈탄소 투자의 결실이 아니라 단순한 조업 축소와 생산량 감소가 낳은 착시일 뿐이다.
철강업계는 기존 고로에서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스크랩 활용 확대, 전기로 합탕 등 이른바 ‘징검다리 기술’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적용 시점과 대상 물량, 설비 규모, 그리고 실제 기대 감축량 등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여전히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결국 현재 확인되는 미미한 배출량 감소만으로는 생산공정의 실질적인 전환과 구조적 감축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감축 노력의 구체적인 근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생산량 감소 폭과 궤를 같이하는 배출 감축 수치를 성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철강산업의 핵심 과제는 결국 석탄에 의존하는 고로 중심의 생산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유회사가 기존 연료 중심 사업에서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경우 산업 전반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쓰오일(S-OIL)의 샤힌프로젝트다. 2025년 명세서상 S-OIL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약 950만 톤에 이르는데, 이는 샤힌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전의 수치다.
S-OIL은 샤힌-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에틸렌 180만 톤을 포함해 총 315만 톤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추가하고, 사업구조를 정유 중심에서 정유·석유화학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생산설비가 새로 가동되면 기업과 산업 전체의 절대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온실가스 문제는 결국 탄소 집약적인 생산공정에서 비롯된다. 철강산업은 석탄을 환원제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고로 중심 생산구조가 유지되는 한 대규모 배출을 줄일 수 없으며, 석유화학산업 역시 화석연료를 태워 분해로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기존 NCC 공정이 유지되고, 동시에 범용제품 생산능력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의미 있는 절대배출 감축을 달성하기 어렵다.
산업부문 감축정책의 초점은 보다 명확해야 한다. 철강산업에서는 석탄 기반 고로를 줄이고 저탄소 제철공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석유화학산업에서는 화석연료 기반 열분해 공정을 전기화하는 동시에 과잉 상태인 범용제품 생산능력 자체를 줄여야 한다. 신규 대형 석유화학 설비가 기존 감축분을 다시 채우는 일이 없도록 생산능력 변화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함께 관리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이번 명세서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어느 기업이 많이 배출했는지가 아니라, 우리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화석연료 기반의 생산공정에 구조적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전 지구적 기후재난이 극심해지며 취약계층이 피해를 떠안는 기후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배출 기업들이 실질적인 전환 투자 없이 경기 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몇 퍼센트의 연간 배출량 증감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철강산업의 고로와 석유화학산업의 화석연료 기반 열분해라는 핵심 배출원을 얼마나 빠르게 줄여나갈 것인지가 산업 탈탄소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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