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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술'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역사 지우기

  • 이현 기자
  • 입력 2026.08.14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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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대강당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3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뉴라이트 성향 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함께 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에서다. 

 

발표자로 나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했고, 호남을 대외적으로 고립시키고 내부적으로 분열시켜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고성과 몸싸움 끝에 경찰이 출동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자리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학술 포럼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공개적인 테러다.

 

이 장면을 '이진숙 개인의 일탈'로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시도부터 문제다. 

 

원내지도부가 만류했다는 사실, 소속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는 사실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만류했다면 막았어야 했다. 말리는 시늉만 하고 행사가 열리도록 방치한 것은 사실상의 방조다. 

 

정작 짚어야 할 것은, 그런 형식적 만류에도 국회라는 공적 공간이 역사 왜곡의 무대로 서슴없이 내어졌다는 사실이다. 

 

국회도서관장은 절차상 취소가 어렵다는 말로 책임을 피했다. 명백한 폄훼가 예고된 자리였는데도 이를 막을 의지도, 장치도 없었다.

 

'소요 사태'라는 표현은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언어다. 

 

5·18은 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신군부의 폭력 진압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규정이 끝난 사안이다. 

 

이를 다시 '소요'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학문적 재해석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를 통째로 바꿔치기하려는 정치적 기획이다.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 호남을 고립시키고 분열시켜야 한다는 발언은 학술의 언어가 아니라 낙인의 언어다. 

이런 말이 국회 강당에서,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반복될 때마다 역사는 조금씩 논쟁거리로 재포장된다. 

 

그것이 이 자들이 노리는 결과다.

더 위험한 것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를 지우는 작업은 언제나 '균형'과 '학술'이라는 옷을 빌려 입고 등장한다. 

 

성역화를 반대한다는 명분,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가해와 피해가 명백한 사건에 억지로 회색지대를 만들어내는 작업일 뿐이다. 

 

국회라는 공간이 이런 시도에 아무런 저항 없이 문을 열어준 것은 특정 의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방치해온 제도적 공백의 결과다.

 

이제는 정쟁의 언어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국회 시설 대관 기준에 역사적 사실 왜곡 방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봉합할 것인지, 다시는 이런 시도가 국회의 이름을 빌리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제명 촉구 결의안이 오가는 정쟁만으로는 부족하다. 답은 반드시 제도로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수라장은 몇 달 뒤, 또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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