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매립 폐기물 동산은 있는데 원상복구할 주체는 없다?
- 제보자, 지난 2020년경부터 덤프 수백, 수천대 분량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
- 고황건설, 지난해 폭우로 폐기물이 농지에 쏟아졌을 때 500만원을 지원?
■ 작년 폭우에 드러난 불법 매립… 올해 장마 앞두고 재발 우려
지난해 폭우 당시 충남 당진시 송악읍 가학리 일대 농지로 폐토사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불법 매립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H사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이 인근 농지에 불법으로 반출·매립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농지주와 주변 지역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취재 과정에서 해당 현장에는 고로슬래그, 제강슬래그를 비롯해 폐콘크리트, 폐아스콘 등 각종 폐기물이 뒤섞여 매립되어 있다는 증언이 확보됐고, 일부는 현장 확인과 사진으로도 뒷받침됐다.
제보자는 "작년 폭우 때 폐토사가 논으로 쏟아져 내려와 그제야 불법 매립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매립 업체가 500만 원을 지원해 논으로 쓸려 내려간 폐기물을 임시로 치우긴 했지만, 근본적인 원상복구 없이 다시 동산 위에 쌓아 올리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그는 "장마처럼 며칠씩 폭우가 이어지면 올해도 똑같이 무너져 논으로 쓸려 내려올 것"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 H사"우리 폐기물 맞다"… 책임 소재는 안갯속
제보자가 지목한 매립 관계사인 H사 측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이게 우리 제철소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자사 폐기물임을 인정했다.
이어 "한 주먹, 한 삽이라도 우리 쪽에서 배출됐다면 책임지고 치워야 할 것"이라며 배출 책임을 명확히 했다.
H사 측 자체 조사 결과, 폐기물 중 일부는 H사 발주 공사를 시공한 고황건설에서 반출된 것으로 특정됐다.
고황건설 역시 불법 반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실제 현장에서 매립 작업을 담당한 곳은 대경중기로 확인됐다.
고황건설은 지난해 폭우로 폐기물이 농지에 쏟아졌을 당시 500만 원을 지원했던 바로 그 업체다.
다만 고황건설은 자사가 매립한 양은 덤프트럭 4대 분량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대를 매립하던 중 주민에게 적발돼 작업이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보자는 "2018년경부터 수백, 수천 대 분량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며 "땅을 파 보면 폐기물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업체가 인정하는 4대 분량과 제보자가 주장하는 수천 대 분량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크다.
그 사이에서 폐기물 동산은 다가올 장마와 폭우를 그대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40여 일째 그대로… "행정적 절차로 처리하겠다"던 약속은 어디에
지난 5월 22일, 기자의 민원 제기로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관계자 2명이 현장을 방문해 제보자를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매립과 야적 행위가 사실로 확인됐고, 당시 시청 관계자는 영상과 증언을 확보한 상태에서 "행정적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은 여전히 폐기물 동산 그대로 남아 있다.
매립된 폐기물 위로는 잡풀만 무성하게 자랐다.
7월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 발생 우려 지역을 사전 점검하는 등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역이나 상습 침수지역을 별도로 점검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당진시는 이미 불법 산업폐기물 매립 사실을 확인했고, 명확한 증거와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도 현장은 시청 관계자가 방문했던 그대로 방치돼 있다. 주민들은 올여름 폭우가 다시 동산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공포 속에 살고 있다.
■ "범인은 확인됐는데 처벌할 길이 없다"는 당진시
주민 B씨는 "H사의 관리 부재이자 해당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라며 "지금의 현실을 기록으로 남겨야 사고 발생 시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사 관계자는 "법적·행정적 절차에 따라 불법 매립한 책임자를 찾아내 엄벌에 처해야 다시는 이런 식으로 농지를 불법 매립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매립 현장은 적발됐고, 주범과 공범으로 지목된 업체들도 확인됐다. 남은 것은 행정적 절차와 법적 처벌뿐이다.
그러나 당진시 관계자는 "고황건설 측이 정상적인 토사 4대 분량만 매립했다고 주장해 처벌이 쉽지 않다"며 "2018년경부터 시작된 불법 매립이라 특정 업체를 지정해 조사·수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토지주가 바뀐 점도 원상복구 명령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법 폐기물 매립현장은 명백히 존재하지만 이를 처리할 주체는 보이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자와 폐기물 동산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해 당진시의 행정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다가오는 장마철 폭우로 폐기물 동산이 다시 붕괴될 경우 당진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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